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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착각한다. 사랑이 무조건 섹스 앞에 온다고. 또 사랑을 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언젠간 내 남친과 섹스에 대한 합의를 해야 할 순간이 오듯이 사랑 '다음'이 섹스라고 너무나도 당연하게 생각한다. 사랑에 빠진 여자가 섹스를 하는 것은 참 자연스러운 일인데 그럼 섹스에 빠진 여자는 꼭 사랑을 해야만 하는 걸까? 자, 그럼 반대로 생각해 보자. 섹스에는 사랑이 딸려올까? 말만 원나잇 스탠드, 무늬만 엔조이가 아니라 진짜 그게 가능할까? 섹스로 시작해서 섹스로 끝나는 오로지 섹스로만 이루어진 관계는 존재할 수 있을까? 언젠가부터 주위에서 심심찮게 들려오는 '섹스파트너'라는 개념이 나는 조금 안타깝다. 이제는 더 이상 영화에서나 일어나는 일이 아니란 이야기다. 나는 그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은 섹스파트너와 섹스를 한 뒤 아무런 찝찝한 기분 없이 그 자리를 나올 수 있냐고. '우리가 무슨 관계지?' 하는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있냐고 묻고 싶다. 왜냐, 사람의 감정과 육체는 구분될 수 없이 분명 '나'라는 한 사람을 공유하고 있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감정 없는 섹스를 위한 섹스, 행위 자체로서의 섹스는 자질구레한 감정을 책임지는 귀찮음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게으른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영화 <프렌즈 위드 베네핏>도 이러한 질문을 던진다. 두 남녀는 이해관계 즉, 오직 섹스만을 하는 사이가 되기로 했지만 결국 자신도 모르게 서로를 사랑하게 된다. 그렇다. 사람은 감정을 가진 동물이다. 오직 섹스를 위한 섹스는 재밌을 수는 있지만 진지하거나 아름다울 순 없다. 겉과 겉을 섞는 행위와 한 사람 전체와 전체를 나누는 교감의 관계를 비교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순서'의 문제에 있어서 우리는 관대해져야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섹스에 사랑이 딸려올 수도 있는 것이다. 정신적 사랑은 중요하다. 육체적인 것보다 우위에 있어야 마땅하기도 하다. 하지만 우선이 된다고, 먼저가 된다고 잘못된 것이라 말 할 수 있을까? 신체적 매력, 흔히 섹스어필이라 말하는 것도 사람의 매력 중 하나이다. '그 남자를 섹시하다 느끼는 건 좋아해서가 아니라 단지 그 남자가 육체적으로 섹시해서 일 뿐이야' 라고 하는 건 너무 우습지 않은가. 그냥 인정하는 편이 낫다. '나는 좀 발랑 까졌는지 그 남자랑 대화하는 것보다 그 남자랑 섹스 하는 상상을 먼저 하게 되더라!'하고 말이다. (다만 전 섹스 후 사랑으로 가는 과정은 훨씬 더 큰 위험부담이 있을 뿐! 불가능하진 않다.) 나는 섹스가 먼저든 사랑이 먼저든 사람과 사람 사이에 진실한 감정이 오가는 순간이 없이 유지되는 관계는 없다는 확신을 한다. 알맹이 없는 관계는 자기 합리화로 계속 해서 얼마간 유지 될 순 있어도 결국 언젠가는 같이 있던 순간보다 더 무의미한 어떤 것을 남기고 사라질 것이다. 이 시대의 모든 섹스파트너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의 섹스에는 사랑이 딸려오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