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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갈망하거나 쾌락하거나 (사랑 없던 섹스, 섹스로 시작된 사랑) 풋풋했던 대학 새내기 시절. 동방에서 만난 내 이상형과 완벽히 닮았던 그녀는 (너무 마르지 않은 몸 / 적당한 가슴 / 귀염상 얼굴 / 너무 작지 않은 163 이상의 키) 남들이 보면 보통 이상이 되지 않을 그런 여자였지만 나에겐 너무도 완벽했다. 하지만 남중, 남고를 거치며 여자와는 말도 섞어보지 않았던 나. 동방 저 멀리서 혹시나 들키진 않을까 조심조심 그녀를 남들 어깨너머로 바라보고 설레며 두근거렸던 나날들이 흘러가고 혈기 왕성한 20대 주체할 수 없는 성욕은 그녀를 상상하며 그녀의 모습이 가장 선명히 남아있던 동아리 모임 후에 혼자 상상하며 격렬한 자위로 풀곤 했다. (성경험이 전무하던 그땐 야동에 나왔던 주인공 얼굴을 지우고 그녀의 얼굴을 붙여 넣기 해서 섹스 포지션을 상상했다 - 무궁무진한 뇌의 기능) 혼자 설레고 자위하던 짝사랑의 시간은 한 학기를 넘어 두 번째 학기로 넘어가고 있었고 고백의 두려움과 그녀를 편히 바라볼 수 있는 지금의 안락함. 혹은 내 얼굴의 불안감으로 그녀와는 계속 똑같은 거리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날은 그녀와 나는 뭐가 그리 신났는지 아님 뭐가 그리 힘들었는지 5명 밖에 남지 않았던 감자탕 속풀이까지 동아리 모임을 이어가고 있었다. 선배들의 군대 모험담과 취직에 관한 얘기들이 오가고 1학년은 우리 둘 밖에 남아있지 않아서였는지 자연스럽게 우린 대화의 물꼬를 텄다. 한 학기라는 긴 시간 동안 말도 거의 섞지 않았던 우리의 뻘쭘함은 알코올이라는 신통방통한 녀석이 싹~ 날려주었고 선배들의 시끄러운 말소리와 가게 안의 북적거림은 우릴 좀 더 가깝게 해주었다. 한참 얘기 도중 그녀가 갑자기 말했다 ‘나 집에 좀 데려다 줘’ 우리의 혀 꼬인 대화 속에 그 대사만큼은 아나운서의 목소리처럼 명확히 들렸고 남자의 본능이었을까. 난 선배들한테 인사도 못한 채 허겁지겁 그녀와 감자탕 집을 나왔다. 막상 밖으로 나오니 겨울이 다가올 무렵이라 그랬는지 새벽의 공기는 꽤나 차가웠고 나를 감싸고 있던 알코올의 기운은 찬 공기와 함께 한꺼풀 한꺼풀 벗겨지고 있었고 뻘쭘함의 기운은 점점 나를 감싸고 있었다. 뻘쭘함에 우물쭈물하고 있던 나에게 그녀는 ""우리 집 이쪽인데 조금 같이 걷자, 미안해. 나 오늘은 진짜 혼자 집에 가기 싫었거든."" 진짜 조금이었는지 아니면 한참이었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우린 쌀쌀한 바람을 맞으며, 쓸데없는 대화와 잠시간의 침묵을 번갈아 가며 그렇게 그녀의 집 앞까지 걸어갔다. 허름하지도 그렇다고 좋지도 않은 그냥 그렇게 보통의 빌라처럼 생긴 건물 앞에 멈춰 서서 그녀는 다 왔다 말했고 난 뭘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라서 그냥 ‘어. 금방이네?’라는 짧은 대답으로 애써 어색함을 감추고 있었다. ‘나 들어갈게 고마웠어’라는 그녀의 말과 뒤돌아서는 동작이 함께 이루어지는 찰 나의 순간 ‘으아 근데 진짜 춥다’라는 말이 내 입에서 튀어나왔고 (그냥 정말 생각 없이 추워서 튀어나온 말) 돌아서는 동작을 멈춘 그녀 잠시 나를 바라보더니 ""그럼 잠깐 차라도 마시고 갈래?"" 그렇게 우린 따듯한 차가 아닌 서로의 타액을 나눴고 그녀의 침대 위에서 지금까지 상상만 하던 그녀의 몸을 음미했고 어설프지만 격렬했던 사랑을 나눴다. 1년 가까웠던 짝사랑의 시간이 길어서였을까. 사랑한단 말도 없이 나눴던 섹스에 난 허무함을 느꼈고 그 뒤로 거의 매일같이 그녀의 집과 모텔을 오가며 나눴던 섹스 역시 허무함만 가득했다. 나중에 그녀와 헤어질 때 들었던 얘기지만 그날은 생리 전의 성욕을 너무 이기기 힘들었었고 내가 그날따라 매우 핸섬해 보이고 나의 목소리가 감미롭게 들렸단다. 물론 알코올의 힘도 대단했으리라 생각된다. 그렇게 우린 허무함만 가득 남은 채 서로 3개월도 만나지 못했고 각자의 길을 갔고 난 가끔 내 첫 경험과 그날의 설레었던 감정을 가지고 9년이 지난 지금 아직도 그녀를 상상하며 자위를 한다. 이렇게도 내 첫 경험은 허무했든 허무하지 않았든 완벽히 섹시했고 아직도 나를 발기시키기 충분한 경험으로 남아있다."